용인서 연 인생2막 … 노부부 낭만에 젖다

3년 전 귀촌한 곽형길·정순관씨, 화가·사서로 '황금빛 노후' 보내

 곽형길와 정순관씨는 1977년도에 결혼해 올해 42년째 부부의 연을 맺고 있다. 자식 둘 출가시키고 공기 좋은 시골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생각으로 3년 전 이곳 처인구 이동면으로 이사 왔다.
 용인시로 귀촌한 뒤 노부부의 생활을 들여다 봤다. 우리 모두에게도 다가올 노년의 생활 … 노부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들 둘 출가시키고 보니 굳이 서울생활을 고집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어요. 뭔가 환경의 변화가 필요했지요. 그런데 지인들이 주로 서울에 있다 보니 이왕이면 왕래가 쉬운 용인이 낫겠다 싶어 이곳으로 이사 왔어요.“

 아내 곽형길(67)씨는 결혼하는 바람에 일찌감치 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서울 강남의 학원가를 누비며 중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친 인기 많은 수학강사였다. 50대 중반까지도 수원 등지를 오가며 학생들을 가르칠 만큼 왕성한 활동을 했다.
 
 9월에 있을 한글 교원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그 동안 용인시에서 후원하는 교육을 지원받고 있다.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중학교 검정고시 준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국어, 영어, 수학을 가르치며 야학교사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코이카를 통해 더 왕성한 봉사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남편 정순관(78)씨는 아내와 함께 이곳으로 이사 온 후 줄곧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다가 한 사회복지사의 세심한 배려로 용인종합사회복지관 내 작은도서관에서 사서 겸 시설관리를 맡고 있다. 원래는 없는 일자리였는데 여기저기 수소문하면서까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소개해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도서관에 있는 시간이 저에게는 무척 행복한 시간입니다. 특히 옆방의 아동센터에 배우러 온 어린이들이 도서관에 들어와 할아버지, 하면서 책 내용에 대해 물어볼 때는 행복감을 느껴요. 이 자리를 빌어 사회복지사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시골생활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답했다. "처음 이사 올 때는 근사한 전원생활까지는 아니래도 나름 시골생활에 대한 낭만 같은 걸 품고 왔어요. 오자마자 집 앞에 텃밭을 일궈 가꾸며 살았지요. 그런데 얼마 안가 조그만 텃밭이라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오히려 다른 사람의 텃밭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시골정서에 아직 적응 중인가 봐요. 이제는 텃밭 포기하고 시간 나면 여행이나 다니려고요. 하하….“

 "이동면은 공기 맑고 조용해서 좋아요. 인근에는 저수지도 있어 산책하기에 그만이고요. 도시에서보다 생활비도 절감되더라고요. 확 트인 저수지가 있어 그 주변을 산책하며 많은 위안을 얻고 있어요.“

 곽 여사의 취미는 여행, 그림 그리기다. 작품생활을 한지 15년 됐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화실에서 그림을 그린다. 취미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가 모인 작품 수가 60여점이다. 4년 후 칠순 때에는 100여점을 채워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잔잔한 저수지가 한 눈에 조망되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노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니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이 스쳐 지나간다.

 한 달에 서너 번 등산할 정도로 나이에 비해 건강한 정순관씨. 한글 교원자격증을 준비하며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글교육에 왕성한 의욕을 갖고 있는 곽형길씨. 부부로 맺어진 두 사람 인연의 끈은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틋함이 아닐지.

/용인=허찬회 기자 hurch01@incheonilbo.com 출처 : 인천일보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21349#08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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